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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vian] 자비안
[Xavian] 자비안
 
 
작년에 선을 보인후 하이파이 초이스의 베스트 바이로 꾸준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자비안의 XN Piccola 스피커를 수입사인 (주)다비앙의 시청실에서 만났다. 스피커의 이름인 피콜라는 이탈리아어로 '작고 귀여운'이라는 뜻 이지만, 그렇게 작지만도 않은 일반적 사이즈의 2웨이 톨보이 형인데, 아마도 자비안의 플래그쉽인 XN 비르투오소의 컴팩트 형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자비안의 대표인 로베르토 바를레타는 이탈리아인으로서 체코에 공방 형태로 자비안을 설립하여 이탈리아의 품격과 장인정신을 결합하여 특유의 오디오 컬러로 오디오 파일들에게 접근해 오고 있는데, 그의 모토를 옮기자면 "하모니란 궁합이 맞는 온갖 사물들의 신중한 결합이다"라고 전제하면서, 바로 그런 정신 하에 이탈리아식 디자인이 탄생하였고, 여기에 음악성과 기술력을 포함하는 삼위일체가 자비안의 오디오 철학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정말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는 완벽한 모토인데, 우리는 그의 말만 믿고 스피커를 선택할 수 는 없는 노릇이기에, 정신을 가다듬고 요모조모를 확인부터 시작하였다.
이 스피커는 덴마크 제 스캔 스픽 드라이버를 특주 버전으로 제작한 18W 미드 우퍼를 채용하였고, 고역에는 역시 스캔 스픽의 링 라디에이터 트위터가 사용되었다. 장인들의 수작업으로만 완성된 캐비닛은 견고하면서도 이탈리아 특유의 모던한 디자인 때문에 소유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는데, 후면의 알루미늄 포트라든가 고급스러운 바인딩 포스트까지, 외관에서는 흠잡을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귀로 확인하는 절차. 시청실에는 오디오플라이트의 하이엔드 CD 플레이어라든가 그 외 고급 앰프 등이 있었지만, 피콜라와의 가격 형평성과 부지불식간의 과대평가를 억제하고자 덴센의 CDP-B440/B-250 프리 앰프/B-330 파워 앰프를 매칭 하였고, 청취 음원으로는 D4A Sound (www. d4asound.com)의 고음질 리마스터링 음원을 수록한 마스터 CD에 담긴 여러 장르의 곡들을 준비하였다.
가장 먼저 머라이어 캐리의 데뷔곡으로서 특유의 소위 돌핀 고역이 돋보였던 부터 시작하자. 중저음부터 시작하여 소프라노의 하이 키까지 소화하는 메인 보컬 라인을 배경으로 곡 후반부에 인간인지 기계인지 구분이 안갈 만큼 치솟아 오르는 머라이어 본인의 돌고래 코러스가 튼실한 연주음들 사이로 하모니를 이루어낸다. 한마디로 발라드 팝에서는 굳이 더 다른 곡을 들어 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정도였다.
다음으로는 가요 댄스곡을 실험하여 보았다. 올 상반기에 국내 가요 차트를 올 킬하였던 티아라의 클럽 셔플 댄스곡인 . 대부분의 오디오 파일들이 가요 CD를 사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오디오용으로서는 너무나도 허술한 레코딩 퀄리티인데, 이를 리마스터링한 D4A Sound 버전으로 강렬한 일렉트로 사운드와 박진감 넘치는 저음을 청취한 결과, 댄스곡의 생명인 나도 모르게 춤추고 싶다는 흥의 맛을 충분히 돋구어주고 있었다. 보이스코더를 타고 흐르는 티아라 멤버들의 보컬라인도 명료하였고, 전자 드럼의 터치도 투웨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뿐하면서도 견고하게 곡 전체를 지지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클래식의 현과 오케스트라를 구현하는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 뿐. 율리아 피셔가 바이올린 독주를 맡은 바하 콘체르토 A 단조를 오리지널 CD로 재생하여 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나만의 시간 속으로 슬며시 빠져들어 앨범 전체의 플레이 백이 끝날 때까지 눈을 감고 본연의 임무인 스피커 테스트가 아닌 음악 감상의 세계 속 여행을 하고 있으려니, '로베르토 바틀레타의 모토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 스피커들이 대부분 으스대는 집요하리만큼의 선명도라든가 넓은 스테레오 이미지 혹은 관능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음악과 테크놀로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그 전체를 이탈리아 특유의 달콤하고도 세련된 멋으로 감싸주는 절제와 시원함의 양면적 조화! 100와트 정도의 앰프로 손쉽게 구동할 수 있는 모던하면서 컴팩트한 스피커 속에서, 장인의 손길과 풍요로운 음악의 하모니가 소비자의 귀를 당길 수밖에 없다는 자비안의 광고 문구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귀와 가슴으로 체험하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음악성을 갖춘 올라운드 스피커이다 보니 만약에 구입을 한다면 자매품으로 출시되어있는 5.1 구성의 XN250 에볼루찌오네 리어 스피커와 뉴 바쏘 서브 우퍼를 연결하여 영화 감상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발동하였으나, 아쉽게도 A/V 시청실이 아니어서 그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였는데, 별매 전용 스탠드인 뉴 메탈리코까지, 도대체 무엇 하나 허술함이 없는 이탈리아 디자인에 모양새만으로도 지름신이 발동할 만큼 완성도가 매력적이었다. 직접 보지는 못하였지만, 액세서리로 소개되는 자비안의 LP 수납용 박스조차도 탐이 날만큼 디자인이 우수한 회사가 누리는 매력은 팔색조의 다양함에 비견 될 것이다.
더 듣다가는 하루해가 떨어 질 것 같아 시청실을 나와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귓가에 계속하여 맴도는 피콜라의 젤라토 향 소리가 마치 고급 이탈리아 와인의 부케처럼 좀처럼 나의 감각 기관에서 떠나려 하지를 않고 있었다.
 
스피커와 아우라 혹은 예술장인의 정신
오디오 기기로서의 스피커는 단순히 소리를 재생하는 기계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관심사인 스피커는 삶에서 필연코 수반되기 마련인 희망과 절망이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정서의 프리즘을 소리로 재현해내는 대상물이라는 점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스피커의 태생이나 정신 역시 소홀히 지나칠 수 없는 요소이다. 지금 우리 앞의 저 스피커는 물리적인 스펙과 기술적인 용어를 넘어서는 그 어떤 아우라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자비안(Xavian)은 고대 그리스에서 음악의 신인 뮤즈(Muse)에게 바쳐진 영감이나 기원을 가리키는 말로서 창작의 원천적인 근원이나 모티프를 뜻한다. 자비안이라는 이름의 스피커 앞에서 나는 이 단어의 내포와 함께 고대와 현대라는 긴 시간을 아우르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물리적인 스피커에 담으려는 예술장인들의 정신을 반추할 수밖에 없었다.
자비안은 1995년 Roberto Barletta가 이탈리아의 스피커 디자이너 겸 엔지니어로 일했던 10여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체코에서 설립한 스피커 전문 회사이다. 이 회사는 스캔스픽사의 특주 유닛을 채택하고 전 공정에 수작업을 고집함으로써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신흥 스피커 전문 메이커가 되었다.

퍼포먼스 지향의 디자인과 설득력 있는 사운드
XN250 Evoluzione는 자비안 북쉘프 스피커의 최상위 라인인 XN 시리즈중에서 125 Junior와 270 모델 사이에 위치한 제품이다. 이 스피커는 2웨이 방식으로 29mm Scan-Speak impregnated fabric soft dome 트위터와 150mm Scan-Speak Revelator paper membrane 미드 베이스로 구성되었으며, 한 쌍의 WBT Platinum Signature 바인딩 포스트를 채택했다. 임피던스 80ohms, 감도는 86dB의 스펙이다. 한마디로 합리적인 스펙과 가격으로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의 시작을 겨냥한 제품이라 볼수 있겠다.
이 스피커의 전면 배플은 뒤로 기울어진 형태이다. 이 같은 전면 배플 기울기는 트위터의 고음과 미드베이스의 중저음의 시간축을 일치시켜 위상 특성을 최대한 정확하게 만들려는 설계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그 결과 전 대역에 걸쳐 비교적 정확하고 자연스런 사운드 스테이지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스피커를 들어 보면 음악이 스피커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두 스피커 사이의 커다란 공간에서 소리가 형성되어 리스너를 감싸는 느낌이 든다. 높이 30센티미터에 불과한 사다리꼴 나무상자가 만들어 내는 소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이다.
기본 성향은 해상력이 매우 뛰어나면서도 자극적이기보다는 편안한 사운드를 재생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는 드라이브의 선택과 네트워크의 설계를 살펴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이 스피커에 채택된 스캔스픽의 레벨레이터 미드베이스 유닛은 콘지에 바람개비 무늬가 들어 있어 국내 오디오 파일 사이에서 "바람개비 유닛" 으로도 불린다. 이 미드베이스 유닛은 스캔스픽의 전작 시리즈에서 이미 달성했던 해상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사운드를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재생함으로써 특유의 질감을 형성한다. 여기에 자비안 기술진의 적극적인 네트워크 설계는 현악기를 비롯한 여러 실제 악기들이 고유하게 지닌 느낌을 왜곡 없이 재생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밖에 수공으로 제작된 22mm 두께의 MDF 인클로저의 모서리 부분을 직각으로 마감하지 않고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깎아 마무리한 것도 음의 회절 현상을 방지하려는 섬세한 배려로 보인다. 또한 스피커의 뒷면에 배치되어 소홀히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덕트를 마감하는 데 굳이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한 것 역시 이 스피커에 배어들어 있는 장인 정신을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앰프를 분별하며 적응하는 탄탄한 실력
서로 다른 조합의 앰프와 소스 기기를 물려 보았다. 이 스피커의 기본기와 성향이 비교 청음을 통해 더 극명히 드러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먼저 덴센(Densen)의 B-110 Plus 인티앰프와 B-420 XS CDP 조합이다. 덴센은 고급 오디오 기술로 정평 난 덴마크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기술적 스펙보다는 소비자의 직접 청음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 온 오디오 메이커이다. 이 조합에서 XN250 Evoluzione는 한마디로 파워 있으면서도 착색이 적고 중립적인 사운드를 재생해 냈다.

때로는 레베가 피전(Rebecca Pidgeon)의 "스패니쉬 할렘(Spanish Harlem)"의 특정 부분에서 저역을 더 타이트하게 조여 주거나 고음을 매끄럽게 다듬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음의 절제가 아니라 원음의 훼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조합에서 들을 수 있는 사운드의 해상력과 파워는 수준급이다.
이어 오디아 플라이트(Audia Flight)의 Three 시리즈는 해당 메이커에서는 입문기에 해당한다. 그만큼 고가의 브랜드여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두 조합 사이의 가격적인 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오디아 플라이트와의 연결에서는 무엇보다 편안하고 절제된 분위기의 사운드가 재현되었다. 특히 베토벤의 교향곡 "에로이카(Eroica)" . 의 도입부에서 힘차면서도 차분하게 형성되는 스테이지는 여유 있는 고급스러움이 무엇인가를 사운드의 영역에서 증명하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차이의 소중함 혹은 전향적인 하이엔드 입문
두 가지 조합의 비교를 통해 먼저 드러난 것은 앰프와 소스 기기의 우열이 아니라 그 차이의 소중함이다. 덴센의 정직함과 오디아 플라이트의 통제력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듯 하지만 사실은 오디오 파일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이중적인 욕망을 달리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오디오의 영역에서 차이라는 것은 어느 한 쪽이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양쪽이 서로 즐겁게 선택되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XN250 Evoluzione 스피커가 지닌 기본적인 성능, 즉 앰프와 소스 기기의 특성을 분별할 줄 아는 재현력과 함께 서로 다른 기기에 적응하여 각각의 별천지를 창조해 내는 탄탄한 실력도 주목할 만한 것이다. 아낌없는 물량 투입과 완성도 높은 사운드라는 공식을 굳이 길게 거론하지 않더라도,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에 대한 합리적이면서도 전향적인 입문은 이렇듯 XN250 Evoluzione를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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